순간을 영원처럼...

한 마디로 따스하게...

자기가 아침 시간으로 약속 잡아놓고, 2시간이나 늦은 건 정말 화가 났다.
사실 오빠가 1시간 정도 늦을 거란 예상은 했다. 어제 퇴근하고 서울에서 부산 내려와서, 후배들이랑 밤 11시에 만나서 놀았으니.
하단이 아닌 서면에서 9시에 만나자는 오빠 얘길 들었을 때 얘가 제 시간에 올까 싶었었다.
그래서 처음 약속 시간에 찜질방에서 이제 일어났다며 전화 왔을 땐 그러려니 했다.

오전 9시는 이런저런 가게들도, 대형서점들도 문을 열지 않은 시각. 그래서 카페가서 1시간 동안 죽치고 있었는데 안 온다.
10시에 전화를 했다. 잠이 덜 깬 목소리. 9시에 나한테 전화해놓고 나올 준비를 한 게 아니라 다시 잠들었단다.
짜증을 한 바가지 퍼부어 주고, 올 거면 얼른 오라고 한 뒤 카페에서 나와서 서점으로 갔다. 

책을 읽는데 눈물이 나려고 했다. 갑자기 서러워졌다.
오빠가 약속시간 안 지킨 게 한 두번이 아니니까. 장거리 커플이 된 후에도 그게 여전해서, 그래서 속상했다.
원래 9시에 나랑 만나서 둘이 데이트하고, 낮 1시엔 후배까지 셋이서 점심을 먹기로 했었다. 오빠가 부산 오는김에 사람들이랑 약속을 줄줄이 잡아놓았으니까. 내가 이 글 쓰는 지금도 오빠는 친구들 만나고 있을 거고, 내일 서울 올라간다고 했다.


11시에 나타난 오빠. 자기가 잘못했다며 싹싹빈다. 1시에 후배까지 같이 밥먹기로 했던 약속은 취소했단다. 내가 문자로 나랑 둘이 데이트 할 시간 따위 있겠냐고 비꼬았기 때문일 듯.
오빠가 오기 전에 이미 혼자 화낸 터라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풀린 상태였기에 심하게 화내진 않았다.


이렇게 약속 시간에 늦은 것만 빼면... 두 달만의 데이트는 참 좋았다.
무엇보다도 좋았던 건, 집에 갈 때쯤 내가 얘기한 것에 대한 오빠의 대답.

"내가 널 믿으니까."

저 말 한 마디가,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었다.
지금의 나에게, 가장 힘이 되는 말. 참 따스한 말.
그래서 고마웠다.
  

by 별바라기 | 2009/07/04 22:49 | *사랑에 관한 단상*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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